* 바쁜 일상속에서 차한잔과 짧은 이야기로 여유를 가져보는 공간입니다.  절기 모임  祥蓮華     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 저녁으론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. '비가 와도 만나는 거다' 단체 톡 방에 매사 열정적인 광명 친구의 톡 알람이 울리고 '당연하지 우리의 절기 모임인데' 간호사인 광주 친구의 휴무 일에 맞춰 정해진 약속 일이 비 예보로 심란해 할 친구들의 심신에 기사회생 처방을 내린다. 오래 전 그 날의 '김기사'를 자청한 동기 J의 차가 대기하고 있는 서울역까지 가는 길 좀 편하게 가려는 욕심에 광역버스(M6724)를 탔는데... 역시 약속 장소에 시간 맞춰 데려다 주는 대중교통은 지하철 밖에 없는 모양이다. 함께 가기 위해 광명과 시흥에서 출발한 두 친구의 귀한 시간을 내가 미안한 쓴맛으로 만들었다. 지각 도착의 무안함과 사과가 무색하게 광명 친구는 준비해 온 따뜻한 커피를 건네고 시내를 빠져 나온 J의 차는 한강을 지나고 팔당호도 지나 그녀 광주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'광주 경안천 누리길' '도담 텃밭'에 도착이다. 먼 길 온 친구들을 위해 브런치를 준비한 친구 과일과 샐러드, 베이글... 푸짐한 한 상을 벤치 탁자에 차려 놓고 기다리는 그녀, 광주 친구다. 무수리 줄 배가 운치 더하는 경안천을 지나 누리길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산책인 듯 오르는 산행이다. 도토리와 토종 알 밤이 밤 송이와 함께 뒹굴고 있는 누리길 산책로에서 오락가락하는 비를 피해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며 느끼는 가을 정취가 나쁘지 않다. 아름드리 고목림이 터널을 만들어 심신이 쉬기 더할 나위 없는 산 능선을 왕복 4 시간 걷고, 마을로 내려 와 이른 저녁 식사는 낙지 볶음으로 정해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다. 바람결이 좋아 소화도 시킬 겸 강변 상점가를 거닐다가 발견한 시골 마을 '빵집'에서 디저트라며 J가 선물한 호밀빵을 건네 받고, 광주 친구와 아쉬운 작별을 한다. 결혼과 가정, 가족, 그 울타리의 경계로 거처가 바뀌고 각자 다른 장소에서 가깝지 않은 지리적 거리 만큼 마음도 멀어져 있는 건 아닐까 싶지만 이렇게 만나 그 때, 그 시절을 이야기하다 보면 나이도 잊고, 못 만났던 시간이 겸연쩍을 만큼 채워지는 걸 느끼며 그 때 그 사이가 된다. 우리 네 명, 이순의 숙녀(?)를 위해 귀한 시간 내준 베스트 드라이버 J에게 고맙고, 언약대로 라면 한 달에 한 번 꼭 보자 했지만 절기에 만나는 우리... 지난 봄 문학산행과 여름 날의 군자봉 주말 농장 만남 그리고 이 가을 경안천 누리길에서 정한 듯 절기에 다시 만난 우리 성큼 다가 온 가을 행복한 날들이길 기도한다.     간단한 내용 남기기 이름 패스워드